일상(24-10-07)
다시 돌아 오지 않는 오늘을 ... 상기하며... 쓰는 뻘글이다.
나의 하루는 반복적인 일들의 연속에서 변화가 있는 날이었다. 나는 여기서 서무(총무) 일을 하고 있는 39살 돼지 아재다.
1. 하루 일과(공무원 5년차)
남들이 받기 싫어하는 일들을 분배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지만 오늘은 누군가가 질병휴직을 하는 바람에 하기 싫은 일들을 다시 또 나누어 줘야 하는 일들을 회의를 거쳐 해야 했다. 공무원들이란 조직은 매우 보수적이지만 어찌보면 내부적으로 민주적인 방식으로 직원 내부 사이의 갈등을 잠재우는 이상한 사람들이다. 병가 들어가서 남기고 간 일들에 기한이 붙어 있고 이걸 그냥 묵혀두었다가 나중에 올 사람에게 넘겨주는 것은 허용이 되지 않는 방식의 일들을 하고 우리는 하고 있다. 그래서 외부민원인들의 불만을 안 나오게도 해야 하는 것이 첫번째라면 두 번째는 이 일들을 누군가 속에서느 욕은 하겠지만 배분해서 줬을 때 그 사람이 순응하며 받는 수준의 방법으로 일을 줘야 하는 게 두번째이다. 물론 이런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나에게 선임이 만들어 놓은 순번표를 업데이트 해 가는 것이 고작인 일이지만 이 하나의 일을 깊이있게 생각하면 내가 왜 이런 뻘짓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고 현타가 올 때가 한 두번이 아니지만, 현타가 한 두 번이 아닌 수십 수백번이 되면 그냥 기계적으로 하게 되는 일들인 것이다. 공무원이 비효율적이라는 것은 외부 사람들이 볼 때는 이런 모습을 단편적으로 보면 상투적으로 그냥 하게 내뱉어 버릴 수밖에 없다. 다만 공무원들은 기본적으로 자기 일만 하고 집에 가면 장땡인 사람들이고 나역시 집에는 가고 싶으니 더 효율적인 방법이 있음에도 더 개발을 하거나 제안을 하거나 설득을 하거나 하는 일들을 하지 않는다. 이 방식을 굳이 이런 남들이 보는 블로그에 써서 공감을 사고 싶은 것은 더더욱 아니니, 자세히 설명하는 짓거리는 하지 않을 거다. 하지만 나에게 아직 조금의 영혼이 남아 있기에 이들과 같은 삶을 살고 싶은 욕망은 없기에 난 이들을 이해하지만 공감하지는 않는다.
2. 체중 줄이기.
나의 몸무게는 인생의 고비를 넘길 때마다 아니면 진행될 때마다 계속 새로운 레벨로 증가하고 있다. 거울속 얼굴은 보기도 싫고 겨우 맞는 청바지를 그냥 입지만 겨우 맞는 옷들을 입기싫어하는 내적 비명을 억지로 무시한 채 그냥 입고 직장에 간다. 돼지 돼지 돼지 돼지 ... 말랐을 때도 거울을 매일 짜릿하게 본 기억은 없지만 이젠 그냥 어쩔 수 없이 흘겨보듯 보는 내 자신이 싫다. 행복한 돼지라는 것은 먹을 때 잠시 뿐이다. 그래서 여러가지 방법으로 나를 좀 학대하면 살을 빼 보고 싶어서 직장에서 집까지 걸어오는 3만보 걷기를 실천하려고 한다. 이제 겨우 이틀이다. 그러나 3만보의 무게는 일반 직장인이 감당할 수 있는 걸음의 수준은 아닐 것 같다. 3만보... 175센치의 하체보다 상체가 긴 일반 대한민국 남자의 걸음 수준으로 20km를 걸으면 되는 수준의 걸음걸이다. (표현을 이렇게 밖에는 못 하겠다) 하정우는 매일 3만보를 걷는다고 한다. 지난 금요일 2만보를 걷고 기분이 좀 상쾌해지고 삶의 의욕이 좀 생겼다고 느꼈다. 다음 날은 조금 늦게 일어나고 아무것도 하기가 싫었다는 게 문제지만 월요일 저녁 2만보가 조금 못 되게 걸었는데 이제 다리가 적응했는지 걸을만 하다고 느꼈다. 3만보가 채워지고 익숙해지면 살이 좀 빠질까? 군것질을 해 봐야 인스턴트 프림 커피 2잔, 몽쉘 1개 정도인데 점심은 밥 2/3공기 밥반찬 정도이고 아침은 그냥 굶던가 아니면 빵에 우유 500칼로리정도인데 말야. 저녁까지 먹으면 좀 되는 것 같기도 하고 쓰다보니 좀 열받는다. 몽쉘을 없애고 프림커피 1잔으로 줄여야 겠다.
3. 자기개발
난 공무원이 싫다. 공무원 생활을 오래 하기 싫다. 오늘 아침 문득 든 생각은 이대로 옆에 있는 큰누나뻘 되는 사람의 루틴을 밟는다면 난 나중에 폐지는 안 줍겠지만 고시원 한칸에서 라면보다 조금 나은 수준의 밥을 먹고 연명하다가 암이나 불치의 병에 걸리다 고독사할 확률이 높다. 고독사는 물론 돈이 많아도 할 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돈이 많으면 호화로운 병원에서 좀 덜 힘들게 죽는 거고 돈이 없는 고독사는 고통속에서, 그냥 참다가 주인도 없이 길 헤메다 못 먹을 걸 먹고 온갖 잡병에 걸린 병든 누렁이마냥, 일분 일초가 아닌 1000분 100분으로 연장된 아무것도 없는 무력함 속에서 죽는 거다. 매일 이런 구체적 상상을 하지는 않지만 결과는 인지하는 상태에서 난 오늘도 우울하니 남들과 같이 인터넷 커뮤니티 유튜브에 중독되어 의미없이 클릭하고 낄낄대고 암것도 하지 않는 상태로 하루를 버리고 있다. 이건 아니다. 내 평생 자유롭다는 느낌을 가져 본 적도 없다. 가족이라는 일종의 얄팍한 울타리에서 헤엄치다 다시 어쩔 수 없이 피줄이라는 것 때문에 키워주었다는 것 때문에 아무것도 못 하는 버러지로 살고 싶지는 않다. 돈 없는 21세기 남의 삶은 외롭고 고독하다. 그렇다고 내가 아무나와 산다는 것도 싫다. 난 단체생활을 매우 싫어한다. 참 어렵다. 인생은 답이 없다는 게 이 말인가. 애효. 뭔가는 해야 한다.